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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유소 사장님댁"이라고 하면 유복한 집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말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주유소 시장이 급격한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많은 주유소 사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유소 업계는 현재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자본금은커녕 생활비를 벌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주유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폐업을 원해도 막대한 철거 비용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사람들은 주유소 사장이라고 하면 돈을 쓸어담는다고 생각하지만 10년 전부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 달에 1,000만 원 매출을 올려도 절반은 세금, 나머지 절반은 카드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겨우 200만~250만 원만 남아 생활을 이어가는 달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이는 21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박진수(49)씨의 말입니다. 그의 사례는 현재 주유소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출처: 한국일보 2024. 12. 28. 기사  https://v.daum.net/v/20241228043123576)

 

주유소 시장의 급격한 하락세

주유소 시장의 하락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선 탈석유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금, 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주유소의 87.3%가 영업이익률 2%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00원의 매출을 올려도 2원도 채 못 버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10~15년 전에 주유소 사업을 시작한 경영자들의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이들은 주유소 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든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본금을 쌓기는커녕 매달 생활비를 버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폐업도 쉽지 않은 주유소들의 현실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을 결심하는 주유소들이 늘고 있지만, 실제로 폐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기름 저장고와 각종 주유 시설을 모두 철거해야 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이 1억 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많은 주유소들이 '장기 휴업' 상태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근 5년간 전국 주유소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500개 이상의 주유소가 휴업에 들어간 반면, 폐업한 주유소는 300개 미만에 그쳤습니다.

"주유소 하던 자리라서 기름 저장고, 각종 주유 시설을 모두 걷어내야 영업을 종료할 수 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게 필요해 마지못해 휴업했습니다."

 

이는 13년 동안 주유소를 운영하다 지난해 휴업한 조광일(67)씨의 말입니다. 그는 휴업 후 주유기를 케이블로 묶고 비닐로 감싸두었지만, 1년이 넘도록 주유소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용출처: 한국일보 2024. 12. 28. 기사  https://v.daum.net/v/20241228043123576)

방치된 주유소의 위험성과 대책 마련의 필요성

장기 휴업 상태로 방치된 주유소들은 여러 가지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토양 오염의 위험이 큽니다. 노후화된 시설물과 유류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되어 주변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오염이 지하수로 퍼져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방치된 유류탱크에 남아있는 기름은 화재와 폭발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남의 한 폐주유소에서는 인근 주민이 쓰레기를 소각하다 불이 크게 번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주유소 폐업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라도 지원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알뜰주유소 인센티브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장기방치 휴·폐업 주유소 안전조치 등 관리체계 개선안'을 마련하여 관계부처에 제도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2000곳, 2040년까지 8500곳의 주유소가 추가로 폐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기차 및 수소차 전환 시대에 맞춰 폐업 주유소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는 주유소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주유소를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기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와 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추가해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 소속 대리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영세한 개인 주유소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주유소 폐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 사업자의 문제를 넘어 환경과 안전에 관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부, 업계, 그리고 사회 전반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